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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세상

세쌍둥이 가장 많이 받아낸 의사... 그의 초대에 1800명 왔다

by 석아산 2023.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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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쌍둥이 플러스 홈커밍데이 행사에서 다둥이 가족들이 뽀로로 공연을 보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쌍둥이 플러스 홈커밍데이 행사에서 다둥이 가족들이 뽀로로 공연을 보고 있다.

세쌍둥이, 다둥이를 가장 많이 받아낸 의사가 있다고 합니다.

그의 집도로 태어난 아이들, 그리고 가족이 그의 초대에 응했다고 하는데요. 무려 1800여명이 모였다고 합니다.

정말 의사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그분은 얼마나 기뻤을까요.

 

건강하게 삶을 살아가는, 자신이 받아낸 아이들과의 만남... 그야말로 '위대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감동적인 소식 함께 알아보죠.

"오늘 이곳에 쌍둥이 친구들이 많이 모였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맞나요?"

사회자의 물음에 "네!!!"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취재 기자가 돌아보니 하나같이 형제, 자매끼리 똑 닮은 얼굴로, 같은 옷을 맞춰 입고 온 '다둥이'들이었다고 합니다.

곧이어 등장한 뽀로로와 친구들의 율동에 아이들이 흥을 추제하지 못하고 들썩들썩 춤을 췄습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대학교 종합운동장에는 어린이 수 백 명이 뛰어놀고 있었습니다.

국내 최고의 다태아(다둥이) 분만 전문가인 전종관 교수가 연 '쌍둥이 플러스 홈커밍데이' 행사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전 교수가 그간 받아낸 아이들과 그 가족들을 초대했습니다.

아이들만 850명, 가족들까지 18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뽀로로 공연과 종이 비행기 날리기, 풍선 불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었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은 다둥이들이 길게 줄을 섰습니다.

 

전 교수는 전세계에서 세 쌍둥이 분만을 가장 많이 집도했다고 합니다.

2021년 다섯 쌍둥이를 출산한 서혜정 대위의 분만 수술 집도의로도 널리 알려져 대중에게도 친숙한 이름이 되었죠. 전 교수는  이날 행사를 연 이유에 대해 "다 같이 얼굴도 보고 모여서 노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전 교수의 초대를 받고 이날 모인 다둥이 가족들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전 교수가 진행하고 있는 '코호트(동일집단)연구'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 교수는 2016년부터 다태아 출산 산모들을 추적 관찰하고 있다고 합니다.

 

2~6개월 간격을 두고 아이가 몸이 안 좋은 곳은 없는지, 키, 체중, 커리 둘레는 어떻게 되는지 꼼꼼하게 묻는 설문지를 보낸다고 합니다.

전체 등록된 산모는 2000여명 정도인데 이중 220명 정도는 5년간 추적관찰을 마쳤답니다.

아직 5년이 안 된 1200여명은 꾸준히 설문지를 작성해서 송부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전 교수는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적으로 같고, 같은 집에서 자라는 한 환경도 같다. 그런데 자라면서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인다거나, 한 명만 어떤 질병에 걸린다거나 이런 점들을 연구할 때 (코호트 연구 결과가) 굉장히 중요한 소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모인 아이들에게는 뽀로로가 스타였지만, 그들의 부모들에겐 전 교수야말로 스타였습니다.

전 교수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이 만든 줄이 1시간이나 이어졌다네요. 

부모들이 육아와 직장일로 바쁜 가운데도 설문지를 정성껏 작성해 다시 보내는 것도 전 교수를 향한 특별한 마음 때문입니다. 전 교수 역시 아이들 하나 하나를 소중하게 대합니다.

뙤약볕 아래에서 아이를 안아 올리거나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춰 가며 줄을 선 이들 모두와 사진을 찍었습니다.

 화장실에 줄 선 가족들에게 "저쪽 간이 화장실이 손도 씻을 수 있고 더 쾌적하다"고 알려주며 아버지처럼 챙기도 했습니다.

전종관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와 사진 찍기 위해 길게 줄 선 다둥이 가족들.
전종관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와 사진 찍기 위해 길게 줄 선 다둥이 가족들.

다둥이 산모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의사

전종관 교수가 행사에 참가한 강희진(39)씨 가족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임신 23주차에 위험한 상황을 맞았던 강씨는 전 교수를 만나 무사히 두 아이를 출산했다.
전종관 교수가 행사에 참가한 강희진(39)씨 가족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임신 23주차에 위험한 상황을 맞았던 강씨는 전 교수를 만나 무사히 두 아이를 출산했다.

환자 보호자와 의사 간의 관계가 이렇게 돈독하고 애틋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날 모인 가족에게 물었던, 다른 병원에서 다태아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어 마지막으로 전 교수를 찾았다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위 사진에 나온 6살 쌍둥이 아들 건영과 도영을 키우는 강희진(39)씨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강씨는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임신했지만 8주차부터 하혈이 계속되는 등 불안한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임신 23주, 6개월이 되었을 때 건영이를 감싸고 있던 양수가 터졌습니다. 

친정이 있던 경상도의 한 병원에서 "24시간 안에 둘 다 꺼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긴급 수술을 준비하던 중 병원 측에서 "인큐베이터가 한 대밖에 없다"며 다른 병원에 가라고 권했습니다.

이때 기적처럼 서울대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에 자리가 비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서울로 달린 강희진 씨는 전 교수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강씨는 "교수님이 콧노래를 부르면서 와서 '양수가 왜 터져서 왔지? 엄마 한번 볼까?' 말하는걸 듣고서야 마음을 놓았다"고 했습니다.

전종관 교수가 13일 오후 서울대학교 운동장에서 제1회 쌍둥이 플러스 홈커밍데이 행사 도중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종관 교수가 13일 오후 서울대학교 운동장에서 제1회 쌍둥이 플러스 홈커밍데이 행사 도중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 교수가 봤을 때는 이미 건영이의 발이 엄마의 자궁 경부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습니다.

전 교수는 "발이 나온 아이는 포기하고 둘째 애라도 엄마 뱃속에서 오래 두자는 생각으로 수술장에 들어갔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런데 전 교수가 잡으려 하자 아이 발이 쏙 들어갔다고 합니다. 전 교수는 "아이가 들어갔는데 쫓아가서 잡아 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대신 자궁 경부를 꿰매고 28주까지 버텨보기로 했습니다. 강씨는 "배가 찢어지게 아프고 매일 6~7시간은 그냥 눈 감고 누운 채 버티는 시간이었다. 그러다 저녁에 교수님이 와서 "'엄마 오늘 괜찮지? 하루만 더 참자' 하시면 그렇게 하루 더 버텨냈다"고 했습니다.

전 교수의 정성어린 관찰과 엄마의 의지로 아이들은 엄마 태내에서 5주나 더 자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형 건영이 0.89㎏, 동생 도영이 1.29㎏까지 자랐습니다. 건영은 네 살이 돼서야 걷고 골연화증이 있지만 거의 회복됐습니다. 도영은 큰 탈 없이 건강합니다. 일상을 찾은 가족은 "교수님 아니었으면 우리 애들은 못 걸어 다니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 교수는 "세쌍둥이 중 한 명을 410g으로 낳은 엄마도 오늘 와 있다"고 했습니다.

이 아이들도 다른 병원에서는 포기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전 교수는 포기하지 않았지요.

 

전 교수는 "410g이면 생수병보다 작다. 그런 애가 건강하게 커서 걸어 다니니까 얼마나 신기하냐"며 온 얼굴에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는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라면 '이 아이가 된다 안 된다'를 의사가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한테 기회를 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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