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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초크, 직접 먹어보다... 완전 세심한 리뷰

by 석아산 2022.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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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으로 영접했습니다. 처음 든 생각은 이렇습니다.

 

1230년, 프랑스 랑그도크의 한 가난한 농부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피에르였죠. 아들인 조르주가 칭얼댑니다.

"아빠, 벌써 며칠째 빵도 못 먹고, 너무나 배가 고파요. 아빠, 배가 고파요."

피에르의 부인 마리네는 그를 꾸짖습니다.

"좀 어떻게좀 해봐요. 이런 기근에 우리 모두 굶어죽어야겠어요?"

피에르는 들판을 뒤지고 다닙니다. 뭐 먹을 것이 없을까... 명아주... 명아주는 이미 다 익어서 보라색 꽃을 틔우고 있습니다. 질겨서 못 먹습니다. 그런데 이 '아티초크'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렇게 큰 꽃인데, 혹시 이 중에 적어도 몇 부분을 먹을 수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 그는 뭉텅 이 아티초크의 채 여물지 않은 꽃봉오리를 잘라옵니다. 그리고 물에 끓이죠. 

그 다음에 이파리 끝을 깨물어봅니다. 완전 씁니다 ㅠㅠ. 그래서 이파리 밑을 한번 빨아보죠!!!

 

완전 이게 신세계입니다. 이 이파리 밑은, 마치 감자와 같은 식감을 가지고 있죠!!! 탄수화물인 거 같습니다. 만세!!!

 

---------이것이 제가 오늘 아티초크를 먹어보고 든 생각입니다.

찬찬히 설명드릴게요.

 

 

일단 오늘 배송된 이 아티초크를 보고, 저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ㅠㅠ

정말, 이거 뭐 개미핥기를 앞에 두고 그 고기를 먹으라 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어머니랑 저는 이 택배가 왔을 때, 열어보고 진짜 벙찔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대체 이걸 뭐 어떻게 먹으란 말인가...

 

철갑과 같은 이파리,,,, 그리고 그것을 조금 까봐도, 도저히 뭐 먹을 부분이라는 게 보이지 않습니다 ㅠㅠ 넘 당황해서, 이때서야 유튜브의 '아티초크 먹는 법'을 찾아봅니다... 그런데 그 동영상이라는 것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단 겉의 철갑같은 이파리를 다 제거했습니다. 그러자 뭔가 뽀얗고 야들야들한 부분이 나옵니다.

어머니와 저는 '오오~'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오, 이게 먹는 부분인가 보구나...

그런데 그건 또 착각이었습니다 ㅠㅠ

 

 

겉의 이파리를 다 떼어낸 아티초크입니다. 뭔가, 데치기만 해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 떼어낸 이파리가 더 먹을만한 부분이었죠!

 

아티초크의 윗부분의 한 3분의 1정도를 잘랐습니다! 그러자 보라색 부분이 등장합니다. 무슨 양배추같이 생겨서, 이 부분 먹는가 보다,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이 보라색 부분은 그야말로 '종이'입니다. 아무리 삶거나 익혀도 이 부분, 먹을 수 없습니다 ㅋㅋㅋㅋ 진짜 오묘하네요. 이 아티초크, 진짜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ㅋㅋ

 

 

자, 그래서 반으로 갈라봅니다. 저 중간의 털 같은 거 보이시나요? 완전 옛날 진공청소기의 솔을 보는 거 같습니다. 이거 다 제거해줘야 합니다. 먹을 수가 없습니다. 칫솔 같습니다. 그래서 제거해 주었습니다.

 

 

저 솔 같은 부분을 제거하고, 레몬 물에 넣어봅니다. 이것은 아티초크의 갈변을 막는다고 합니다... 아티초크.. 넌 도대체 뭔데 갈변까지 하는 거니... 어쨌든 이렇게 레몬물에 넣고 꺼냈습니다.

 

아티초크 겉잎이 너무 딱딱하여, 제거하고 버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유튜브 동영상을 보니, 이 겉잎도 먹는 거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부랴부랴 다시 제거해 두었던 겉잎을 수거합니다.

 

 

이 겉잎을 찜기에 넣고 찝니다. 사실, 이렇게 찌면서도 반신반의합니다. 도대체 저런 파란 이파리에서 먹을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 저는 솔직히 이때 심한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ㅠㅠ

 

 

나머지 두 개의 아티초크는 오븐에 구워보려고 합니다. 이때쯤, 벌써 이 엄청난 철갑 식물, 마치 아르마딜로나 개미핥기 같은 이 철갑을 제거하고, 씻고, 레몬물에 담그고, 칫솔같은 부분을 제거하느라 이미 탈진한 상태입니다. 가까스로 아티초크에 올리브 뿌리고, 썬 마늘 집어넣고, 그렇게 하여 오븐에 굽습니다.

 

 

오븐에 아티초크를 굽는 사이, '아티초크 겉잎찜'이 완성됩니다.! 자 그런데 저 이파리의 어디를 먹어야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이 밑동의 하얀 부분을 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 이파리의 초록색 부분을 손으로 잡고, 하얀 부분을 앞이빨로 긁어 먹어봅니다.

 

오오!!! 완전히 신세계입니다.

그렇습니다. 감자와 비슷한 식감입니다. 그것도 으깬 감자요. 뭔가 완전히 탄수화물 느낌이 납니다. 그런데, 그 톤이 매우 얇습니다. 감자가 원색이라면, 이 아티초크는 파스텔 톤입니다. 매우 얌전합니다.

하지만 옅은 감칠맛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요네즈를 찍어 먹어 보니, 매우 잘 어울렸습니다.

 

맛으로 치자면, 성인용 니베아가 아니라, 아동용 존슨앤존슨 베이비 파우더 같습니다. 옅습니다.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탈리아 와인의 산미를 부드럽게 만들어줬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아하, 이거구나, 이렇게 와인 맛도 둥글게 만들어주고,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으면서 다른 식재료를 돋보이게 해주는 거구나, 아하, 아티초크란 이런 건가, 그런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오븐구이입니다. 그런데, 저 오븐구이 중에서 먹을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꽃잎의 바닥 부분, 아티초크의 '허트(심장)'이라 불리는 기저 부분을 조금 베어 먹을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맛은, 옥수수보다 덜 단 맛, 돼지감자와 비슷한, 그런 맛이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베이비 파우더같은 느낌은 마찬가지였죠. 한마디로 순하고, 우아한 맛이었습니다. 저는 한 번밖에 먹지 못했습니다만, 만약 자주 먹는 환경에 있다면, 이 식물이 다른 식재료와 결합하였을 때 보여주는 시너지를 무시하지 못할 거 같습니다.

 

저녁의 본편은 갈비살이었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강진군 하나로마트의 로컬푸드점에서 산 아스파라거스, 파프리카, 양송이입니다. 같이 먹으니 넘 맛있었습니다.

 

와인은 이탈리아산 싸구려 키안티 와인을 마셨습니다. 아티초크의 부드러운 맛이, 이 골골한 와인의 산미를 잡아주더라고요. 유러피언들이 아티초크를 먹는 또 하나의 이유를 찾은 것 같습니다.

 

 

가자미처럼 보이지요? ㅋㅋㅋ 아티초크의 '허트'라고 불리는, 기저 부분을 따로 분리하여 팬에 구웠습니다. 이 부분은 탄수화물을 으깬 감각으로, 희미한 옥수수의 향기, 그리고 감자 향기, 꽃 향기 같은 것이 버무러져 있었습니다. 

 

자, 이렇게 아티초크에 대한 포스팅을 마치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아티초크를 구입해서 먹어보니, 다른 지중해 작물에 비해서 아티초크가 왜 다른 나라로 퍼져 나가지 않는지 알 수 있겠더라고요.

 

 

일단, 이 아티초크는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채 10퍼센트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바질이나, 아스파라거스나, 토마토 등은 그냥 그 자체 100퍼센트가 식재료로 응용 가능하지요.

그런데 이 아티초크는 이파리에서도, 한 5퍼센트만, 겨우 빨아먹는 수준에 가깝습니다. 물론 그 맛이 놀랄 만큼 순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그만큼 개성이 약한 것이기도 사실이기 때문에, 존재감이 없어 굳이 외국 문화권에서는 찾을 까닭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1kg의 아티초크를 샀지만, 먹을 수 있는 부분은 100그램이 안 되는데, 그것을 다른 지역으로 운송하려 한다면, 아마 운임비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경제적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이 아티초크가 그 자신만의 개성적인 맛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스파라거스나 바질처럼 다른 지역으로 광범위하게 퍼지지 않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이상 석아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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