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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세상

"악성 댓글에 무너졌다"... 유가족 두 번 죽이는 악플

by 석아산 2022.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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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세상이 정말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요 ㅠㅠ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사회적 약자들, 그리고 사고의 희생자들에게까지 악플을 다는 세상이 되었는지...

 

이건 기본적인 인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감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역지사지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만약 내 자식이 저곳에 운 나쁘게 있었다면... 이런 생각, 그리고 이런 사고가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한번 쯤은 해보게 되는 생각일 텐데요.

 

모든 사람이, 어디에 놀러가든, 안전하게 놀다가 돌아올 수 있는 세상!

 

정치인이라면, 이런 세상을 만들도록 해주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얼마 전 창원시의 그 이름도 김미나였던가, 그 의원은 어찌 '나라 구하다 죽었냐' 등의 막말을 할 수 있는지...

 

가장 기본적인 예의는 어디로 가 버렸는지... 한숨이 나옵니다.

 

어제 MBC에 의하면, 이태원 참사 생존자였던 10대 고등학생이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는 '악성 댓글'에 따른 고통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합니다.

 

10대라면, SNS를 다루는 데도 익숙합니다. 

그 숨진 10대 학생은, 이런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댓글들을 보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겠죠.

 

숨진 10대 A군의 어머니는 MBC에 "꼭 전할 말이 있다"며, "아이가 11월 중순 정도에 울면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연예인 보려고 놀러 가서 그렇게 다치고 죽은 거 아니냐' 등 자기 죽은 친구들을 모욕하는 듯한 댓글들을 보면서 굉장히 화를 많이 냈다"고 털어놨습니다.

 

아이고... 정말 일부 정치인들도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아니, 놀러 가는 게 무슨 잘못입니까? 그리고 만약 연예인 보러 놀러 갔다고 하더라도, 그러면 뭐 잘못입니까?

연예인을 보러 가는 게, 놀러 가는 게 잘못입니까, 아니면 연예인 보러 놀러 갔는데 죽게 만드는 이 사회가 잘못입니까?

 

그리고 악플다는 분들, 당신들은 어디 전혀 안 놀러 다닙니까? 음... 그래, 안 놀러 다니신다면, 그러니까 저런 왜곡된 사고를 하는 겁니다. 바람좀 쐬고 그러십시오들~

 

어쨌든 A군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고1이었습니다. 이런 댓글은, 저라도 너무나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A군은 지난 10월 29일 가장 친한 친구 두 명과 이태원 핼러윈 축제 구경을 갔다가 '밤 10시 30분까지 집에 오라'는 부모의 당부대로 지하철을 타러 가던 길에 친구들과 함께 인파에 갇혔습니다.

40분 넘게 깔려 있던 A군도 의식을 잃기 직전 구조되었지만, 바로 옆에서 친구들이 숨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전쟁터에 갔다가 살아온 생존자들은, 극심한 PTSD에 빠지며, "왜 난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왜 난가? 왜 나만 살아남아야 했는가?"라는 생각에 빠지면서, 친구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많이 시달린다고 합니다. 이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진화한 인간의 본성과 같은 것입니다.

 

고등학생 A군이 이런 생각에 빠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던 것입니다. 적극적인 심리 지원, 심리 치료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당시 A군은 근육세포들이 파열되어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친구들 장례식에 가야 한다"며 이틀 만에 퇴원하였다고 합니다. A군의 아버지는 "어떻게든 그 친구들 얼굴을 마지막으로 봐야 한다고 그래서, 병원에서 안 된다는 걸 중간에 퇴원시켜서 나갔다"고 했습니다.

 

A군은 참사 이후, 일상 회복을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고 합니다.

일주일 만에 등교해서 학업에 몰두하고, 병원 상담도 다녔습니다. 그런데 올라인 상에서 저런 악플들을 보고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유족은 전했습니다.

A군 부모는 "핸드폰을 들고 있는데 기사를 안볼 수는 없잖나. 저희는 아이가 안 봤으면 좋겠는데, 핸드폰을 뺏기 전에는 막을 수가 없는 방법이니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A군은 결국 휴대전화에 '곧 친구들을 보러 가겠다'는 메모와 날짜를 적어놓은 채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A군이 남긴 마지막 동영상에는 '엄마 아빠에게 미안하다, 나를 잊지 말고 꼭 기억해 달라'는 말이 담겨 있었습니다.

 

A군 어머니는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두 친구가 전부였던 것 같다. 그런 친구가 없어졌으니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답답함, 하소연을 여러 번 했다"고 돌이켰습니다.

이어 "비행을 하려고 거기 간 게 아니다. 자기만 산 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컸는데, 댓글을 보고 그냥 거기서 무너졌던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정말... 저는 요즘 세상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이 무엇이냐면,

"무서움"입니다.

 

각자도생해야 하는 시기,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나만이라도 잘 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히 듭니다.

 

그리고 퍼뜩 다시 공포심에 빠지게 되지요... "아니,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나만 잘 살겠다고?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이런 생각에 또다시 죄책감에 빠져들지요. 악순환입니다.

 

저렇게 유족에게 악플을 다는 사람들도... 어찌 보면 그런 내면의 악마에게 삼켜진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각자도생에 대해서 반항을 해도 그것이 전혀 고쳐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아예 그것을 원리로 받아들여 내면화하는 것이죠.

 

그렇게 괴물이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정말 세상 살면서 이렇게 공포스러운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이러한 '공포', 그 공포가 출산률 저하로도 이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침소봉대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혼을 지향하고, 결혼을 한 부부라도 출산을 지양하는 것에는 바로 이러한 공포심이 밑에 깔려 있습니다.

 

"나 하나 챙기기도 힘든데 결혼은 무슨..." 이런 생각에 더하여, "나를 책임질 수 있는 경제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하는, 교환 가치로만 인간을 보게 되는 인간관이 더해집니다.

 

요새 보면 진짜 어디서든 "예쁘게 잘 결혼하는 연예인들" 보도가 넘쳐나며, 저렇게 성공하지 않는 이상 결혼 생활이 불가능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또한, 결혼을 하여도, "이렇게 무서운 세상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우나,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나, 아이가 이런 세상에 날 태어나게 했다고 원망하면 어떡하나", 이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정말 이런 사회를 타파하려면 돈 많고 권력을 가진 이들이 먼저 나서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합니다.

정치인들이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고통을 경감시켜 주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노동 시간 유연화'라는 이름으로 일을 더하라고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경제가 산다고요. 그 와중에서 또 몇 명이 과로사로 죽을 지 모르겠지요. 하지만 정치인들은 이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또 장애인들이 시위를 하면,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들어줄 생각보다, 그 시위하는 역에 열차를 무정차로 통과시킵니다.

"장애인들, 너희들 때문에 시민들이 더 불편을 겪는 것을 한번 보아라. 시위 그치면 시민들이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이렇게, 약자와, 그보다 더한 약자를 서로 대립시킵니다. 그러면서, 약자들끼리 박터지게 싸우고, 더 약한 자는 죽으라고 떠미는 것입니다.

 

정말 이렇게 세상이 무서웠던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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