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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읽기(책리뷰)

앨런 튜링과 그를 다룬 작품들

by 석아산 2022.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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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한 영국인을 사면합니다. 그는 동성애 혐의로 화학적 거세를 받고, 얼마 안 가 주검으로 발견되었던 한 인물, 바로 앨런 튜링(1912~1954)입니다.

 

앨런 튜링은, 존 폰 노이만과 더불어 세기의 수학 천재로 불릴 만합니다.

그는 어렸을 때 읽기를 단 몇 주 만에 배웠고, 미적분도 짧은 시간에 습득해 냅니다. 그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조숙했나 봅니다.

다른 아이들이 기초적 산수를 하고 있을 때, 하도 어려운 문제를 붙들고 있어서 선생님들은 그를 마뜩찮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16세 때 똑같이 명석하기 그지없는 친구 크리스토퍼 모텀을 만났을 때, 그가 얼마나 기뻤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모컴은 소결핵균에 감염되어 요절하고 맙니다.

 

이때, 슬픔에 빠진 튜링은, 다른 사람이라면 하지 못할 생각을 합니다. 만약 모컴의 뛰어난 머릿속 지식을 기계에 저장하거나 전달할 수 있다면, 인류는 더 큰 지성의 발전을 이룰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후에 튜링이 컴퓨터의 개념을 정립하는 데에 기초가 됩니다.

 

수재였던 튜링은 영국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에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그는 세상을 충격에 빠뜨린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합니다. 이는 튜링머신으로 알려진 지능을 가진 기계에 대한 논문으로, 컴퓨터의 핵심 개념을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튜링은 미국으로 건너가 존 폰 노이만을 만납니다. 그는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도망 온 학자로서, 게임 이론을 정리하는 등, 엄청난 업적을 자랑하는 정말 대단한 석학이었습니다. 이 두 천재의 불꽃 튀는 만남은, 결국 인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컴퓨터의 발명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2차대전이 터집니다. 노이만은 튜링의 동성애적인 성적 지향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때 영국은 동성애자는 스파이가 되기 쉽다고 하여, 감옥에 처넣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노이만은 튜링더러 영국에 가지 말라고 만류하였으나, 조국을 배신할 수 없었던 튜링은 귀국합니다.

 

튜링은 마라톤 대회에서 2등을 할 정도로 달리기를 잘 했습니다. 하지만 머리는 더 좋았습니다. 그래서 영국은 튜링을 암호해독 부대로 배치합니다.

 

당시 독일군이 사용하던 암호생성기는 에니그마라고 하여, 절대로 해독할 수 없다는 것이 공공연히 알려진, 강력한 기계였습니다.

 

튜링은 각종 첩보와 언어학자의 도움, 그리고 그 자신의 명민한 두뇌로 인해 이 암호를 결국 해독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나치의 암호를 해독함으로 인해서, 전세는 연합군에 유리하게 전개됩니다. 연합군은 튜링으로 인해, 나치의 암호화된 통신을 전부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연합군은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합니다. 튜링이 없었다면, 승리도 없었을 것이라 말해도 좋을 정도로, 그의 업적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그가 전역하고 나서도, 중요한 연구는 계속되었습니다. 그는 대범하게도 인공지능에 대한 글을 썼고, 또 튜링테스트에 대한 논문도 발표합니다.

 

튜링테스트라는 것은, 한 마디로 커튼을 치고 상대가 모르는 상태로, 입출력 장치를 통해 대화를 나누어 상대가 기계임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바로 인간과 다름없는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입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초반부에, 사이보그와 인간을 구별하는 테스트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은 튜링테스트를 멋지게 패로디한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hJVaTqU2So

 

이렇게 튜링은 연달아 인류의 컴퓨터 역사상 너무나 중요한 논문들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날벼락이 내려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것은 우연히 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앨런 튜링은 사귀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아널드 머레이, 라는, 다소 모자란 머저리 같은 인간이었습니다.

 

어느날, 앨런 튜링의 집에 도둑이 들었고, 앨런은 경찰에 이를 신고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 아널드 머레이가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앨런으로서는 뒷통수를 맞은 꼴이었죠.

한마디로 앨런도 피해자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앨런 튜링에게 아널드 머레이와의 관계를 꼬치꼬치 캐물었고, 경찰은 동성애를 빌미 삼아 오히려 앨런 튜링을 가두게 됩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었죠. 그렇다면 앨런 튜링은 왜 순순히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털어놓았을까요. 이는 튜링이 항상 개방적이고, 남들의 프라이버시에 신경을 안쓰는 훌륭한 과학자 집단에 속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가 이런 사회에 있지 않고 진흙탕에서 뒹구는 삶을 살았다면, 오히려 이 동성애 혐의로부터는 벗어났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무례하고 야만적이게도, 영국 정부는 그에게 화학적 거세를 집행합니다. 여성호르몬을 강제로 투입하는 것인데, 그러면 살이 붓고 여유증이 생기며, 무력감에 빠집니다.

 

또한 무기력증이 생기고, 뇌에도 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발생하게 만듭니다. 더 이상 명민한 두뇌를 유지하지 못하고, 마치 뇌수가 녹아내리는 것처럼, 아무런 아이디어를 떠올려낼 수 없게 됩니다. 천재적인 발상으로 논문을 써오던 튜링에게 이는 천벌과 다름 없었죠.

 

결국 수감 대신 화학적 거세를 택한 튜링은, 1950년 청산가리를 먹고 만 41세의 젊은 나이로 자살하고 맙니다.

 

그가 죽은 뒤, 2차 세계 대전 때 무려 1400만 명을 살린 최초의 전산학이자 조국을 사랑한 이 위대한 인간을, 영국인들은 오랫동안 멸시하게 됩니다. 그의 모든 업적을, 단지 동성애자였다는 하나의 사실이 덮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멸시에 시달리던 튜링은, 컴퓨터의 시대와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하자 재평가를 받게 됩니다. 이제 튜링의 업적이 아주 자세하게 연구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라는 인간에 대한 재조명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다양한 책이 발간되고, 영화도 많이 개봉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것들을 좀 소개해 드릴게요. 우선 영화입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이미테이션 게임입니다. 익히 아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다음 영화 소개 링크를 걸어둡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QoR9_Q4Xmk

 

다음으로 책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앨런 튜링- 컴퓨터와 정보 시대의 개척자> 잭 코플랜드 저

 

 

이 책은 앨런 튜링의 생애와 업적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개념이나 수식 등이 등장하여, 앨런 튜링에 대해 심도 있게 알고 싶은 분이 아니면 금방 지치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 책도 소개 드립니다.

 

이것은 앨런 튜링의 업적과 생애를 자세히 다룬 그래픽 노블, 즉 만화입니다. 바로 ‘앨런 튜링’라는 책인데요, 여기에 첨부합니다.

 

 

<앨런 튜링 생각하는 기계, 인공지능을 처음 생각한 남자, 짐 오타비아니 지음>

 

글 읽어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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