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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세상

우울증 잘 걸리는 MBTI라고요? 그런 건 없답니다.

by 석아산 2022.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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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전문가, 석아산입니다.

저는 2018년 1월부터, 우울증 약을 먹어왔습니다. 온갖 사건 사고를 겪고, 2018년 1월 쓰러졌지요.

그리고 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비롯하여, 공황 발작을 억제하는 약 등을 먹었죠. 물론 지금은 약을 많이 줄였습니다. 

저는 우울증을 앓고 나서, 이것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였습니다. 우울증이란 어떤 성격 상의 영향도 분명히 있지만, 그런 성격 상의 영향만으로 단정짓기엔 너무나 많은 변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음, 유전적 영향도 아주 큽니다. 그리고 알코올 남용 등 물질 남용이 원인일 수도 있고요, 인간 관계도, 연인 관계도, 직업도... 이렇게 모든 것들이 우울증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사실은 저런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현한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우울증에 대해서는 수많은 잘못된 정보들이 있습니다. 

일단 가장 큰 오해는, '의지가 약해서' 우울증에 걸린다는 것입니다. 사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완벽'에 대한 의지가 강한 사람일수록, 우울증에 걸리기 쉽습니다.

또 다른 큰 오해는, '내성적인 사람일 수록'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편견입니다. 외향적인 사람들도 얼마든지 우울증에 걸립니다. 여러분, 외향성과 내향성은 사실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로빈 윌리엄스를 아시지요?

 로빈 윌리엄스는 그야말로 '외향성의 표본'처럼 알려져 있지만, 그만큼 커다란 그늘을 안고 살았던 사람입니다. 이렇듯 인간을 단순히 '내향적/외향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렇듯 인간을 성격으로 구분하거나 하는 데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혈액형별 성격 같은 것이 유행했습니다. O형은 평범하고 관대하고, B형은 좀 드세고, A형은 수줍어 하고, AB형은 지X이고... 등등.

이런 거 전부 거짓말이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곧잘 이런 것에 속습니다. 이런 것을 바넘 효과라고 합니다. 보편적인 묘사들은, 때로 개별적인 것들에 들어맞게 마련이죠. 그런데 그 들어맞은 것을 보고 이 묘사 전체가 옳은 것이라고 확신하는 오류입니다.

 

자, 이제 요새 유행하는 MBTI에 대해서 말해 보죠.

저는 예전에 MBTI가 변하는지 실험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이것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그 결과도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라는 예측을 세우고, 실험을 해보았죠.

 

그렇게 30일에 걸쳐 변인을 통제하고 실험을 했는데도, INTP, INFP, INFJ, INTJ 등 각각 네 가지나 다른 유형이 나왔습니다.

한 마디로, 이 MBTI 검사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죠.

 

그런데 우려스럽게도, 페이스북 등 SNS 를 중심으로, 우울증이 이 MBTI와 관련되어 있다는 낭설이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여러 뉴스 보도 등을 찾아 보았습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MBTI성격 유형과 우울증 사이에는 정확한 인과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우선 MBTI는 심리 검사일 뿐, 정신과의 진단 검사로서는 쓰이지 않습니다.

임상 현장에서는 MMPI(미네소타 다면적 인성 검사)나 TCI(기질 및 성격 검사) 등을 사용한다고 하네요. 이를 이용하는 이유는, 임상 현장에서 환자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신경전달물질 및 뇌 영역과의 연관성을 유추할 수 있는 검사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진단 보조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정신과 전문의들은 환자를 '임상적'으로 파악할 수 있지요. 

 

최상욱 진심정신과의원 원장은 “MBTI는 병원에서는 쓰이지 않는 분류”라며 “심리 검사 자체의 신뢰성이 의학적으로 없기 때문에, 이를 우울증 같은 질환과 연관시키는 것이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한 마디로 정신과 분야에서는 MBTI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우울증에 취약한 성격이나 성향에 대해서는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한 사람들의 경우 불안이나 우울에 취약한 경향이 나타나지만, 이 또한 특정 성격 유형과 연관시키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석훈 아산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역시 “특정 성격 유형 때문에 우울증이 생긴다고 보기 보다는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는 '우울증'에 대한 의사의 인사이트를 보여주는 견해입니다.

즉, 우울증은 어떤 사람의 성격이 이러해서 걸리는 것이 아니라, 그런 성격이 외부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울증이 '어떤 성격'이라서 걸린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사실을 크게 호도하고 있는 것이니, 절대로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

 

또한 우울증에 걸리는 특정 성격이 있다고 말하면, 실제로 그런 성격인 사람에게 미칠 영향도 간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MBTI의 어떤 유형이 우울증에 걸린다, 이렇게 말해버리면, 그 MBTI를 가진 사람은 위축될 것이며, 또 그 MBTI를 바라보는 사람 역시 근거없는 편견으로 대할 지도 모릅니다. 참으로 웃기는 일이지요. 그렇잖아도 편가르기 심한 게 우리나라 사람들인데, 이런 낭설로 또 누군가가 피해를 봐서야 되겠습니까.

 

 

 

어쨌든 정 교수는 MBTI 검사를 두고 “나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는 성격 검사는 외부 상황의 불확실성을 견디기 위한 방법”이라면서도 “많은 사람을 한 유형으로 묶어서 정의내리는 태도는 지양해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상욱 진심정신과의원 원장도 “우울증은 특정 성격 유형에 따른 것이 아니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이라며, 20대 우울증 환자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측면에서 불확실성에 취약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재병 정신과 전문의는 "MBTI 등을 통한 스스로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으나 한계가 있는 점을 알고,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성격적인 문제가 아닌 우울증 등 병적 증상일 수도 있고, 이는 치료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MBTI와 성격, 그리고 우울증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평을 기하기 위해서, 이  MBTI와 우울증의 상관 관계를 다룬 논문들도 소개해야겠죠.

 

미국 노스캐롤리이나 대학에서 130명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ISFP가 29%로 가장 많았고 INFP가 15%로 그 뒤를 이었다고 합니다. MBTI를 만든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1985년 작성한 MBTI 매뉴얼에서도 ISFP와 INFP 성격이 우울한 경향을 지닐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30명의 우울증 환자, 벌써 표본이 너무 적습니다.

그리고 재밌는 것은, 우울증에 걸린 상태이기 때문에 ISFP나 INFP가 나온 것인지, 아니면 ISFP나 INFP 성격이라 우울증에 걸린 것인지, 그 선후 관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 논문은 일종의 경향성이 있다는 것을 지적할 뿐이지, 과학적 논문으로서 가치를 입증하기 힘듭니다. 

 

만약 이러한 논문을 맹목적으로 믿어서, 자신에게 우울 증상이 있는데 "내 MBTI는 우울증에 절대 안 걸리는 MBTI야! 난 우울증이 아니야!"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병원에 가지 않거나 하는 데 핑계로 쓴다면,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겠지요.

 

자, 이상으로 MBTI와 우울증은 상관 관계가 없다는 포스팅을 마칩니다.

 

그리고 혹시 여러분이 이유없이 화가 난다거나, 소화가 안 된다거나, 아니면 몸이 아프다거나 해도 우울증의 증상일 수 있습니다. 우울증은, 각종 형태로 찾아옵니다. 실제로 병원에서는 어떤 환자가 이유없이 뭔가 이상하다고 호소하면 정신과로 보내는 경우도 곧잘 있는 일입니다.

만약 그런 일이 있으시다면 꼭 병원에 가셔서 전문의의 진찰을 받으십시오.

우울증, 약으로 낫겠나 싶으시다면, 저의 케이스를 꼭 떠올려 주세요. 약으로 낫습니다.

 

이상 석아산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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