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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읽기(책리뷰)

[책 리뷰] 미움받는 식물들, 존 카디너 지음

by 석아산 2022.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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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시골 들판을 걷다보면 알 수 없는 잡초들을 아주 많이 마주칩니다.

그 잡초들은 대개, 그저 발에 채이기만 할 뿐, 인간에게 어떠한 이익도, 어떠한 해악도 끼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작하는 작물'에 반대되는 개념으로서의 '잡초', 즉 우리 농경에 심각한 방해가 되는 풀들도 있지요.

이 책은 이러한 잡초들이 어떻게 탄생하였는지를 밝히는 아주 흥미진진한 책입니다.

 

 

농경이 시작된 후, 인류에게 가장 고된 작업은 무엇일까요.

여러분, 농사를 지어보신 분들은 알 것입니다. 모내기, 김매기, 가을걷이 중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은 김매기입니다.

옛날부터 인류가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바로 '잡초를 제거하는 것'과 거의 동의어였습니다.

 

하지만 인류가 잡초를 제거하려는 노력을 할 때마다, 어떤 잡초들은 더욱 무성하게 자라났죠.

왜 그럴까요.

 

이 책의 저자는 잡초를 연구하는 생물학자로서, 그것이 이른바 '농경 선택'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진화했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잡초를 제거하면, 다른 잡초들이 생태적 지위를 비집고 들어올 틈이 생깁니다. 그러면 그렇게 더욱 강한 잡초들이 인간에 의해서 선택되면서 퍼져나간다는 것이죠.

 

그리고 인류가 토지에 하나의 작물만을 심는 단일 경작을 하게 되면서, 그 단일 작물보다 키가 더 크게 자라는 잡초의 등장을 촉진하는 진화가 일어났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또한 인간이 제초제를 쓰게 되면서, 그 제초제에 내성을 지닌 잡초도 등장하게 되었고, 이렇게 인류는 점점 더 강한 제초제를 쓰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죠.

 

이렇듯 이 책은, 인류가 싫어하는 잡초들이 결국 인류에 의해 진화되었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한 마디로 인간이 잡초 때문에 고생하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라는 것이지요.

 

저는 이 논리가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인류의 탄소 배출로 인해서 이산화탄소를 더욱 많이 흡수하는 게걸스러운 잡초들이 등장했다는 내용을 보면, 절로 인간의 어리석음에 고개를 젓게 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드센 잡초들의 등장을 막으려면, 강한 제초제를 쓰지 말고, 어느 정도 다양한 잡초가 자라도록 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개 식물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2차 대사 산물들을 내뿜기에, 잡초들끼리도 서로 견제가 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작물 역시, 단일 작물 경작보다, 여러 가지를 섞어서 재배하는 방식을 권장합니다. 이는 미국의 아미시라는 집단 종교 생활을 하는 검소한 단체로부터 배운 지혜입니다.

이들은 밭에 여러 작물을 함께 심습니다. 그러면 단일 경작보다 소출은 적지만, 어느 한 종류의 잡초가 자라는 걸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고, 저는 잡초가 다시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참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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