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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세상

'5cm의 기적' 경주 남산 마애불 다시 세울 수 있을까

by 석아산 2023.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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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

지진으로 넘어진 경주 남산 마애불상은... 정말 기적적으로 불상의 코가 깨지지 않은 채 넘어져 있는데요.

이제는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이 경주 남산 마애불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녹록치 않은 작업이라고 하네요. 중장비 등이 이 산턱까지 올라갈 수 없고, 또 어마어마한 무게의 돌을 다시 뒤집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 하네요.

 

자, 그럼 이 마애불 관련된 재밌는 기사를 정리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지진으로 쓰러져 수백년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최근 발견된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막바지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마애불을 다시 세우는 것을 포함하여 보존 방안을 결정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의뢰했습니다. 이에 사업의 구체적 방향이 머지않아 결정될 예정이라는데요.

 

6일 불교계 등에 따르면  "마애부처를 바로 모시는 것은 미래 천년을 세우는 초석"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조계종은 최근 관련 업무를 담당할 '천년을 세우다' 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천일기도를 시작하는 등 종단 차원에서 부처님 바로 세우기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
(서울=연합뉴스) 경주 남산 열암곡에서 발견된 통일신라 대형 마애불상을 새긴 바위 [자료사진]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 (서울=연합뉴스) 경주 남산 열암곡에서 발견된 통일신라 대형 마애불상을 새긴 바위 [자료사진]

 

◇ 2007년 5월 모습 드러낸 '5㎝의 기적'…지진으로 넘어진 듯

경주 남산 마애불은 2007년 열암곡석불좌상과 그 일대를 발굴 조사하던 중 발견되었습니다. 마애불은 화강암에 부조로 조각되어 있고, 약 25도의 경사면에 머리가 아래쪽을 향해 엎어진 상태로 놓여 있었습니다.

열암곡마애불상 제원(정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발행 '경주남산 열암곡마애불상 정비 보고서'(2015년)에서 발췌
열암곡마애불상 제원(정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발행 '경주남산 열암곡마애불상 정비 보고서'(2015년)에서 발췌

마애불이 조각된 화강암은 길이 약 6.8m, 너비 약 4m, 두께 약 2.9m에 달하며 무게는 약 70∼80t으로 추정됩니다. 이 마애불은 규모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놓여 있는 상태로 인해서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콧날이 지면이 있는 바위와 불과 5센티미터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안면부가 바닥의 바위와 직접 접촉하지 않아서 가까스로 심한 훼손을 피하게 되었는데요. 이로서 '5센티미터의 기적'이라는 평가를 낳았습니다. 마애불이 넘어진 정확한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원인은 지진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상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상

경주는 통일신라 때 뿐만 아니라 고려시대나 조선시대 등을 거쳐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했습니다.

삼국사기 등에 의하면 통일신라 때인 779년, 지진으로 집이 무녀져 100여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정도면 대규모의 지진이지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발행한 '경주남산 열암곡마애불상 정비 보고서'(2015년)에 의하면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는 석가탑이 중수(重修)된 현종(재위 1009∼1031년)∼정종(靖宗·재위 1034∼1046년) 시대를, 지진이 빈발하여 공포에 떨었던 시기로 적었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은 1430년에 발생한 규모 6.4 지진, 1557년 규모 6.4 지진이 마애불이 넘어지는 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에도 주목한 바 있습니다.

 

◇ 발견 직후부터 "다시 세우는 게 목표"…기술 검토 본격화

마애불을 바로 세우려는 것은 최근에서 대두한 것은 아닙니다. 발견 직후부터, 넘어진 것이니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2007년 9월 마애불 얼굴을 공개하는 현장을 방문한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은 "불상의 콧날까지 완벽하게 남아있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뛰어난 석조 입상은 발견된 사례가 극히 드물다"며 "불상을 다시 일으켜 본래 자리에 다시 세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당시 그는 "우선 조각 면이 드러날 수 있도록 90도 방향으로 회전해 와불 형태로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16년이 지났는데도 불상을 다시 세우는 것은 물론이고, 회전하여 공개하는 것도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이는 거대한 석조물을 세우는 작업이 기술적으로 지난한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불상이 산 중턱의 급사면에 놓여 있고, 워낙 육중하기 때문입니다. 접근로가 워낙 좁아서 대형 중장비를 현장에 반입할 수도 없습니다.

 

최근 조계종이 마애불 바로 세우기아 강한 의욕을 보이면서, 관계 당국은 기술적인 검토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여러 차례 현장 조사와 디지털 스캔 등을 통해 마애불의 윤곽은 어느 정도 입체적으로 파악이 된 상태입니다.

건설기술연구원은 인양 벨트를 이용해 마애불을 들어 올리는 경우 최소 2개 이상의 벨트를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해야 미끄러짐을 방지할 수 있다는데요.

마애불을 세울 때 인양벨트를 1개만 쓰는 경우의 문제점 분석도
[경주시 발행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상의 가치와 보존 학술대회' 자료에서 발췌,
마애불을 세울 때 인양벨트를 1개만 쓰는 경우의 문제점 분석도 [경주시 발행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상의 가치와 보존 학술대회' 자료에서 발췌,

 

현재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일단 내년에 실물 크기의 암석을 세우는 모의실험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2025년에 본격적인 불상 세우기에 나선다는 로드맵입니다. 조계종은 가능하면 2024년에 불상을 세워달라는 입장입니다.

 

조계종 여러분... 제발 좀 보채지좀 마십시오! 마애불은 조계종의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것입니다. 불교계에 몸담고 있다고 해서 불상이 불교의 것입니까. 만약 졸속으로 세우다가 훼손되기라도 하면 책임질 겁니까. 

마애불이 있는 경주 남산은 1971년 국립공원으로, 1985년 사적 제 311호로 지정되었고 200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따라서 일련의 작업은 문화재보호법, 나아가 세계 유산협약 등 국내 법규 및 국제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합니다. 이에 관계 당국은 이에 관해서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마애불 바로 세우기에 대한 문화재청과 경주시의 최종 판단은 올해 여름 쯤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 "세우면 문화재로서 가치 떨어진다"…신중론도

마애불 다시 세우기에 대한 신중론도 존재합니다.

지난달 14일 경상북도와 경주시, 문화재청이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상의 가치와 보존'을 주제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마애불을 현 상태로 보존하는 것을 지지하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김순웅 목포대 건축학과 초빙교수는 "오백 년 동안 아무도 모르게 엎드려 있었던 마애불상을 원래 자리에 세우는 일은 역사를 새로 만드는 행위"라며 "500년 전에 그런 기적이 만들어진 것을 우리가 없애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이자 기억을 지우는 행위"라고 논평했습니다.

이 분의 말은 조금 어폐가 있네요. 우리는 항상 기억을 새로 만들고, 우리의 행위 자체 하나하나는 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마애불상을 다시 세우는 것도, 만약 국민의 공감이 이뤄진 것이라면 역사로서 포용해야 하는 자세입니다.

 

그럼 지금 파헤쳐진 수많은 유물,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도 역사의 기억을 훼손한 것이라는 말이 되는데요. 이는 반문화적인 발언이죠.

 

김재경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마애불상의 건립 시기를 신라 후기로 추정하더라도, 이미 자연재해로 인해 불상의 원형이 훼손된 상태이며 원래 위치를 특정할 근거가 미비하고 사료가 없기 때문에 특정 시기의 모습 그대로 복구하는 진정한 의미의 복원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원래 자리로 되돌린다는 구상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마애불상이 여론의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지면에 닿을 듯 닿지 않고 원형이 보존된 불상의 안면부의 극적인 모습 때문"이라며 "보존과 재생이라는 문화재 관리 조치의 의미는 열암곡 마애불상이 가진 극적인 특수성을 유지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은 앞의 주장보다는 그래도 조금 설득력은 있네요.

김재경 교수가 제안한 마애불 존치 시 관람객 모습 설명도
김재경 교수가 제안한 마애불 존치 시 관람객 모습 설명도

김재경 교수는 마애불을 현 상태로 존치하도록 보호각을 설치하고 방문자가 석굴과 같은 통로를 통해 마애불에 접근해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하게 넘어진 마애불의 안면부를 관람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마애불을 다시 세우는 것을 두고는 "입불 과정에서 훼손이 불가피해 문화재적인 가치는 떨어질 것"이라며 건축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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