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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직관펌프', 대니얼 데닛 [책리뷰] '직관펌프', 대니얼 데닛 이런 상상을 하곤 한다. 어느 날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한다. 그들은 초고도의 문명을 자랑한다. 그들이, 자신의 최고 지성과 지구별의 최고 지성이 1대 1로 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한다. 만약 지면 지구는 그들 것이다. 자, 지구별 대표로 누구를 보내야 할까? 나는 이 대니얼 데닛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련다. 대니얼 데닛은, ‘생각에 대한 생각’, 즉 ‘메타-생각’ 연구의 대가이다. 그는 인간의 의식과 사고를 단순히 추상적인 철학적 논변으로 다루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생물학과 신경과학에 대해서도 아주 깊은 이해를 지니고 있어서, 인간의 의식이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아주 철저하게 논증한다. 그 뿐이 아니다. 인간과 컴퓨터의 유사성과 차이점, 자유의지의 문제.. 2020. 6. 16.
[책리뷰] 임사체험, 다치바나 다카시 [책리뷰] 임사체험, 다치바나 다카시 인간은 더불어 사는 존재다. 삶은 연대와 공존이다. 그러나 그런 인간이라 하더라도, 죽음은 오롯이 혼자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 누구도 죽음이 어떠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산다는 건 곧 아직은 죽지 않았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죽음이 늘 궁금하다. 그래서 수많은 고대문명이 내세관을 ‘발명’해 낸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내세관은 밈이 되어 세계 곳곳에 정착했지만, 그래도 죽음에 대한 시원한 대답을 주지 못한다. 우리가 죽을 때 우리는 어떤 경험을 할까? 그 경험의 구체적 모습은 어떠할까? 이런 질문이 뇌리를 끊임없이 떠돈다. 종교적 내세관에 딴지를 걸라치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온갖 교설을 거부하는 과학자도, 죽음이 무엇인지 밝.. 2020. 6. 14.
[책리뷰]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난징 대학살(구판))', 아이리스 장 유대인의 홀로코스트, 그 그림자에 묻힌 잊혀진 학살의 역사가 또 하나 존재한다. 바로 일본인의 난징 대학살이다.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이 상당히 겁이 나기도 한다. 이 책은 여러분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 수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엄청난 분노를 유발할 것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일본인의 만행, 그 묘사는 아주 디테일하다. 일본군이 난징의 일반인을 상대로 장난삼아 살인을 하는 장면, 임산부를 강간하고 배를 갈라 태아를 죽이는 장면 등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이런 일본인들의 만행이 잊혀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맥아더는 전쟁이 끝난 뒤 제1 전범인 일왕을 재판소에 세우기는커녕, 면죄부를 주고 깨끗이 신분을 세탁한 다음 일본 국민 앞에 꼭두각시로서 세워, .. 2020. 6. 12.
[책리뷰] 생명 최초의 30억 년 - -앤드류 H.놀 저는 장흥에서 삽니다. 이곳은 남해 다도해에 바투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주 갯벌에 나가는데요. 갯벌에 나갈 때마다 짱뚱어를 비롯하여 칠게나 방게, 집게 등 다양한 생명체를 마주합니다. 이 바다, 갯벌이 생명체의 요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그런지, 바다를 대할 때마다 경이로움에 사로잡히고는 합니다. 이 밀물과 썰물, 달의 인력이 에너지가 되어 여러 생명체들이 탄생했겠지... 아, 이 바다 생명체 중 도전적인 몇몇 개체가 과감히 육상으로 진출하고, 그들 중 몇몇은 우리의 조상이 되었겠지... 저 녹조류는 아직도 우리 지구 산소 농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 저들이 없었으면 우리도 없었을 거야... 이런 생각은 가지를 치고 나가서, 결국 생명의 근원에 대한 성찰을 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2020. 6. 10.
[책리뷰] 신기수와 조선통신사의 시대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요즘입니다. 우리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서로에 대해 날이 서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또는 무관심하거나요. 한일 관계는 늘 안 좋았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과 조선의 선린우호 관계의 역사도 생각보다 뿌리가 깊습니다. 에도 막부 시대에는 도쿠가와 막부가 우리 조선의 통신사를 극진히 대접했습니다. 통신사가 가는 곳마다 그곳의 영주는 조선인이 좋아하는 소 내장요리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했습니다. 통신사의 행렬을 쫓아가며, 붓글씨 하나라도 받으려고 아우성하는 일본인들의 모습, 이런 현장이 당대의 회화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이런 한일 선린우호 관계의 상징, 조선통신사에 대한 깊은 천착을 통해 방대한 '조선통신사 대계' 11권을 펴낸 신기수 선생, 그야말로 현대의.. 2020. 6. 7.
[책리뷰] 도스토예프스키 ‘악령’ 도스토예프스키, 하면 당장 떠오르는 작품이, ‘죄와 벌’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일 것입니다. 이 알려진 두 작품보다, 저는 ‘악령’이라는 소설을 더 좋아합니다. 그것은 도스토예프스키, 그 귀재(鬼才)의 신들린 인물 묘사가 이 작품을 아주 그로테스크하게 물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리석고 추한 인간군상을 그리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솜씨는 ‘죄와 벌’과 ‘카라마조프’에도 여실히 드러나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는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갑니다. ‘카라마조프’는 알료샤의 희망에 찬 독백으로 끝이 납니다. 다소 싱겁게 말이지요. 이는 이 작품이 채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한편 이 ‘악령’은, 시종일관 경악할 만한 사건이 이어지고, 추악하고 어리석은 인간군상의 절망적인 .. 2020.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