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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읽기(책리뷰)58

[책리뷰] 신기수와 조선통신사의 시대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요즘입니다. 우리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서로에 대해 날이 서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또는 무관심하거나요. 한일 관계는 늘 안 좋았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과 조선의 선린우호 관계의 역사도 생각보다 뿌리가 깊습니다. 에도 막부 시대에는 도쿠가와 막부가 우리 조선의 통신사를 극진히 대접했습니다. 통신사가 가는 곳마다 그곳의 영주는 조선인이 좋아하는 소 내장요리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했습니다. 통신사의 행렬을 쫓아가며, 붓글씨 하나라도 받으려고 아우성하는 일본인들의 모습, 이런 현장이 당대의 회화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이런 한일 선린우호 관계의 상징, 조선통신사에 대한 깊은 천착을 통해 방대한 '조선통신사 대계' 11권을 펴낸 신기수 선생, 그야말로 현대의.. 2020. 6. 7.
[책리뷰] 도스토예프스키 ‘악령’ 도스토예프스키, 하면 당장 떠오르는 작품이, ‘죄와 벌’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일 것입니다. 이 알려진 두 작품보다, 저는 ‘악령’이라는 소설을 더 좋아합니다. 그것은 도스토예프스키, 그 귀재(鬼才)의 신들린 인물 묘사가 이 작품을 아주 그로테스크하게 물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리석고 추한 인간군상을 그리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솜씨는 ‘죄와 벌’과 ‘카라마조프’에도 여실히 드러나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는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갑니다. ‘카라마조프’는 알료샤의 희망에 찬 독백으로 끝이 납니다. 다소 싱겁게 말이지요. 이는 이 작품이 채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한편 이 ‘악령’은, 시종일관 경악할 만한 사건이 이어지고, 추악하고 어리석은 인간군상의 절망적인 .. 2020. 6. 1.
[책리뷰]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수용소의 이야기를 다룬 문학은 여럿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이나, 엘리 위젤의 자전적 소설,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 등은 수용소 문학의 걸작입니다. 저는 그 가운데서, 이 프리모 레비라는 이탈리아 작가의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작품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이 작가는 감상주의를 배격하고 그의 수용소 생활을 '담담하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수용소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인간성은 처참히 무너져 버리고 맙니다. 그곳에서는 문화라는 얇은 껍질 밑에 도사리고 있는 인간의 비참한 본능이 음험하게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우슈비츠로 끌려가는 객차 한 가운데서, 다른 사람의 눈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서로 마지막 성적 욕망에 몰두하는 사람들...빵 하나를 얻기 위해 동료를 배신하.. 2020. 5. 29.
[책리뷰]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전쟁'과 '여성'만큼 어울리지 않는 조합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전쟁을 여성이 일으킨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일이 있으신가요? 없죠. 하지만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다름아닌 여성입니다. 그런데 여기, 피해자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참전 용사로서의 여성을 다룬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자의, 타의로 참전하여 싸울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수집한 논픽션 문학입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입니다. 알렉시예비치는, 이른바 '목소리 소설'의 창시자입니다. 작가 자신이 허구를 창작하는 것이 아닌, 목격자의 증언을 그대로 옮겨 적는 형식입니다. 구술 문학에 가깝다고 해야겠지요. 작가가 이 소설을 집필하겠다고 선언하고 직.. 2020.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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